동방가라쿠타총지는, 세계 유수의 「동인」들이 넘쳐나는 동방Project에 관하여 전하는 미디어입니다. 원작자인 ZUN 씨를 비롯한 작가들, 작품들,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문화의 모습 그 자체를 끄집어내어 세계를 향해 자랑스럽게 전함으로써, 동방Project뿐 아닌 「동인문화」 그 자체를 더욱 자극하는 매체를 목표로 창간합니다.

     동방가라쿠타총지는, 세계 유수의 「동인」들이 넘쳐나는 동방Project에 관하여 전하는 미디어입니다. 원작자인 ZUN 씨를 비롯한 작가들, 작품들,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문화의 모습 그 자체를 끄집어내어 세계를 향해 자랑스럽게 전함으로써, 동방Project뿐 아닌 「동인문화」 그 자체를 더욱 자극하는 매체를 목표로 창간합니다.

자세히

타케모토 이즈미, 키쿠치 히데유키, 모로호시 다이지로, 후지와라 카무이, 교고쿠 나츠히코, 모리 히로시, 애거사 크리스티… ZUN 씨가 사랑한 작가들

[제6회]

「동방」을 만들 때에 영향을 받은(?) 작품

-「동방」의 스토리를 만들 때에 “이게 좋아” 하고 생각하신 건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동방」의 캐릭터에는 타케모토 이즈미【※】 씨 같은 분위기가 있다고 봅니다만.

※타케모토 이즈미
『아오이쨩 패닉!(あおいちゃんパニック!)』, 『네코메~와쿠(ねこめ~わく)』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소녀만화가. 둥글둥글한 그림체와 이야기가 특징적이지만 그 안에 SF나 판타지의 정수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유미미믹스(ゆみみみっくす)』, 『다이나♥아이란(だいな♥あいらん)』 등의 게임 작품에도 참가하였다. (사진은amazon에서 발췌)

ZUN 씨:

 타케모토 씨의 만화는 분명 읽었죠. 「동방」에서도 그 정도의 느슨한 느낌은 내고 싶었고요.

 『홍마향』을 만들 때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요,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는 의미로는 키쿠치 히데유키(菊地秀行)【※】가 있겠네요. 『흡혈귀 헌터 D(吸血鬼ハンターD)』 시리즈 작가요.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흡혈귀를 출연시키기도 했고요.

※키쿠치 히데유키
지바현 출생. 『마계도시<신주쿠>(魔界都市〈新宿〉)』, 『흡혈귀헌터 “D”』 등 수많은 인기 시리즈로 알려진 소설가. 에로스와 폭력으로 칠해진 그 작품 세계는 전기액션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하였다. 국내외의 호러영화나 환상소설에도 조예가 깊다. (사진은amazon에서 발췌)

-어린 시절엔 그다지 만화를 안 읽었다고 하셨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읽고 계신 거죠?

ZUN 씨:

 그렇죠. 모로호시 다이지로【※1】는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습니다. 후지와라 카무이【※2】도 좋아하죠.

 활자 책을 포함해서 어린 시절에는 그다지 책을 안 읽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갑자기 책이 좋아져서요.

※1 모로호시 다이지로
1949년, 나가노현(長野県) 출생의 만화가. 『요괴 헌터(妖怪ハンター)』, 『암흑신화(暗黒神話)』 등의 일본 고대사를 소재로 삼은 작품에서, 기성 개념을 뒤집어엎는 이야기를 중후한 터치로 그려 내어 독자를 놀라게 하였다. 그 외에도 중국사나 인도사를 소재로 한 『공자암흑전(孔子暗黒伝)』, 『서유요원전(西遊妖猿伝)』부터 호러 코미디인 『시오리와 시미코(栞と紙魚子)』 시리즈까지, 작풍의 폭이 넓다. (사진은amazon에서 발췌)
※2 후지와라 카무이
1959년 도쿄도(東京都) 출생의 만화가. 『초콜릿 패닉(チョコレート パニック)』, 『번갯불(雷火)』 등 섬세한 그림체와 치밀하게 디자인된 화면 구성으로 만화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제도 이야기(帝都物語)』,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등 인기 소설의 만화화도 맡았다. 대표작이 된 『드래곤 퀘스트 열전 로토의 문장(ドラゴンクエスト列伝 ロトの紋)』 시리즈를 비롯하여 게임과 관련된 일도 많이 하였다. (사진은amazon에서 발췌)

히로유키 씨:

 영화나 TV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았나요?

ZUN 씨:

 거의 안 봤으니까요. 영화도 안 보고, 애니메이션도 안 보고, TV 드라마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봤을걸요. 재미있는 게 세상에 잔뜩 굴러다니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굳이 스스로 쫓아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픽션은 그다지 안 좋아한다

-ZUN 씨에게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게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요소 중 하나였죠.

ZUN 씨:

 예를 들면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스토리를 쫓아가는 게 고통이란 말이죠. 나오는 인물들에게 공감을 못하겠다고 할까, 딱히 공감할 필요도 없고요.

히로유키 씨:

 책은 괜찮은 건가요?

ZUN 씨:

 책의 경우도, 이전엔 픽션도 읽었지만 요즘은 읽지 않습니다.

히로유키 씨:

 그럼 원래부터 픽션 자체를 그다지 안 좋아하시는 건가요?

ZUN 씨:

 그렇죠.

-중학생 시절에 RPG를 꽤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RPG의 스토리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ZUN 씨:

 RPG도 스토리로는 그다지 즐기지 않았네요. 전투나 어디에서 아이템을 얻는가 하는 부분에서 즐겼거든요.

히로유키 씨: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세요?

ZUN 씨:

 그건 아니에요. 역시 스토리가 있음으로 인해 아이템이나 전투가 살아나는 겁니다. 스토리가 없으면 갑자기 강한 보스가 나와도 딱히 쓰러트리고 싶지 않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보스전의 흥을 돋우기 위해 스토리가 있는 거죠. 그런 의미로 말하자면 스토리는 덤입니다.

히로유키 씨:

 스토리는 단순한 조미료라는 건가요?

ZUN 씨:

 조미료인지 어떤지는 둘째치고, 스토리 자체를 즐기는 게임은, 저는 즐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히로유키 씨:

 ZUN 씨 본인이 스토리에 대한 애착이 없는 만큼, 「동방」의 2차창작으로 스토리를 맘대로 만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ZUN 씨:

 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 자신이 캐릭터에게 그다지 스토리를 주지 않으니까, 2차창작에 대해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칼럼1 미스터리 소설은 무엇을 즐겼는가

Windows 시리즈의 전개

-『홍마향』 다음이 『동방요요몽 ~ Perfect Cherry Blossom. (東方妖々夢 ~ Perfect Cherry Blossom.)』 【※1】, 그 다음이 『동방영야초 ~ Imperishable Night.(東方永夜抄 ~ Imperishable Night.)』【※2】이고, 도중에 황혼프론티어【※3】와 공동으로 제작된 외전적인 작품도 끼워넣으면서 2004년까지 1년간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작품 면에서 『영야초』까지의 세 작품으로 일단락되는 걸 의식하신 건가요?

※1 『동방요요몽 ~ Perfect Cherry Blossom.』
2003년 8월의 코믹마켓에서 발표된 Windows용 탄막슈팅게임으로, 「동방Project」의 제7탄이다. 봄이 찾아오지 않는 환상향을 둘러싼 이야기가 그려진다. 플레이어 기체로 레이무, 마리사, 사쿠야를 선택 가능. (사진은상하이앨리스환악단에서 발췌)
※2 『동방영야초 ~ Imperishable Night.』
2004년 8월의 코믹마켓에서 발표된 Windows용 탄막슈팅게임으로, 「동방Project」의 제8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레이무와 유카리’, ‘마리사와 앨리스’ 하는 식으로 플레이어 기체가 2인1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동속도를 바꾸면 캐릭터가 변화한다(조건을 갖추면 단독 캐릭터를 기체로 선택 가능). (사진은 상하이앨리스환악단에서 발췌)

※3 황혼프론티어

격투 액션게임을 주로 내는 동인게임서클. 『동방췌몽상(東方萃夢想)』부터 「동방」의 액션 게임을 ZUN 씨와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동방심비록(東方深秘録)』은 Playstation4로도 출시되었다. 「동방」관련작 이외에는 『쓰르라미 울 적에(ひぐらしのなく頃に)』를 소재로 한 3D 대전액션게임 『쓰르라미 데이브레이크(ひぐらしデイブレイク)』 등을 출시하였다.

(사진은 『동방췌몽상』. 상하이앨리스환악단에서 발췌)

ZUN 씨:

 저 자신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일단 세 개 만든다”고요.

 『홍마향』에는 하고 싶었던 게 거의 안 들어갔거든요. 막말로 Windows로 게임을 만들기 위한 습작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스토리 면에선 원래부터 세 개 정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엔 더 대대적으로 만들자 싶어서 2002년 겨울코믹에는 『요요몽』 체험판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꽤 많은 사람이 와 주었습니다. 서클이 섬 안【※】에 배치되었던 고로, 줄을 만들 수 없어서 도중에 섬 바깥으로 나가게 됐지만요.

 그런 식으로, 2002년 여름코믹에서 겨울코믹까지의 4개월 사이에 갑자기 서클로서의 규모가 변해 버렸어요.

※섬 안. 코믹마켓이나 예대제 등의 동인즉매회에서는 참가 서클이 앉는 테이블이 “섬”이라 불리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대다수의 서클은 “섬”이 세로로 늘어서 있는 통로측에 접한 자리에 배치된다. “섬 안”이란 이를 가리킨다.

히로유키 씨:

 그건 뭔가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ZUN 씨:

 계기가 있다면, 와타나베제작소(渡辺製作所)【※】의 대표였던 나리타 노부야(なりたのぶや) 씨의 블로그일까요. 나리타 씨가 본인의 블로그에 여러 동인 게임을 소개하곤 했죠. 거기서 『홍마향』의 체험판 시점부터 우리 게임을 꽤 언급해 주신 겁니다.

※와타나베 제작소

TYPE-MOON과 공동으로 제작한 『MELTY BLOOD』 등, 고퀄리티의 2차창작 격투 액션 게임으로 알려진 동인게임서클. 와타나베 제작소 해산 후, 멤버는 동인서클 「프랑스빵(*바게트를 뜻함. フランスパン)」으로 활동을 하며 『UNDER NIGHT IN-BIRTH』, 『전격문고 FIGHTING CLIMAX(電撃文庫 FIGHTING CLIMAX)』 등의 상업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아래 영상은 MELTY BLOOD Actress Again Current Code의 Steam버전 트레일러.)

-그래서 『요요몽』의 완성판이 나온 2003년 여름코믹에서의 배치는요?

ZUN 씨:

 그 뒤로는 쭉 셔터 앞【※】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홍마항』과 『요요몽』과는 팔리는 감각이 전혀 달랐죠.

※셔터 앞. 코믹마켓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클은 “섬”의 바깥쪽인 건물 벽 쪽에 배치된다. 이런 서클은 “벽 서클” 등으로 불린다. 벽 서클 중에서도 특히 많은 손님이 오리라 예상되는 경우엔 서클에 서는 줄을 건물 바깥으로 정리하기 때문에, 출입구의 셔터에 접한 위치로 배치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자기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해 준다는 건?

ZUN 씨:

 그건 물론 기뻤죠.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2차창작도 없었으니, 게임을 즐기는 게 목적인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제 서클에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그때랑 지금의 매상은 거의 같아요.

히로유키 씨:

 그래요?!

ZUN 씨:

 「동방」이라는 장르 전체로는 굉장히 커졌지만, 슈팅게임으로서 제 게임이 팔리는 수는 그 시절에서 변하지 않았습니다.

히로유키 씨:

 아~

ZUN 씨:

 다만, 와 주시는 유저분들의 층은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 전체 중에서 슈팅게임을 즐기는 사람 수의 비율은 항상 이 정도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황혼프론티어와의 공동제작

-2004년 12월에 발표된 『동방췌몽상 ~ Immaterial and Missing Power.(東方萃夢想 ~ Immaterial and Missing Power.)』【※】부터 황혼프론티어와 공동제작하는 게임을, ZUN 씨 개인이 제작하는 슈팅게임과 병행하여 만들게 됩니다.

※『동방췌몽상 ~ Immaterial and Missing Power.』
2004년 12월 코믹마켓에서 발표된 대전격투액션게임. 날아오는 탄막을 빠져나가는 액션이나 스펠카드 등 「동방」다운 시스템이 가득 담겨 있다. 발표는 『영야초』보다 나중이지만 『요요몽』과 『영야초』 사이의 사건이라는 설정 때문에 「동방Project」로서의 넘버링은 제7.5탄이다. (사진은 황혼프론티어에서 발췌)

ZUN 씨:

 『요요몽』을 냈을 때에 황혼 분들로부터 “만드실래요?” 하는 얘기가 왔습니다. 처음엔 「동방」의 2차창작으로 얘기가 왔는데요, 저한테 일부러 이야기를 하러 왔다는 건, 더 많이 상관하고 싶은 거구나 싶었죠.

 저는 학생 시절부터 슈팅과 격투게임이 좋았으니까요. 슈팅과 다르게 격겜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지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같이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아까 전에 “공동작업은 귀찮다”고 하셨는데요?

ZUN 씨:

 황혼분들하고는 공동작업으로 만든다는 느낌은 아니네요. 게임의 주체는 황혼분들이 만들고, 그 안의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제가 맡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을 받는 측인 거죠.

 제가 “이 캐릭터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게 하라”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게임으로서 중요한 부분을 제가 만드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의뢰받아서 만드는 입장입니다.

히로유키 씨:

 그런 제작법으로 ZUN 씨는 격겜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신 건가요?

ZUN 씨:

 격겜에서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캐릭터가 움직임으로 인해 새로운 매력이 드러나면 그걸 저 자신의 게임이나 작품에도 살릴 수 있으니,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히로유키 씨:

 격겜이나 슈팅게임이나, 장르로서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만 좋아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격겜은 요즘 다시 흥이 오르고 있다고 봅니다만.

ZUN 씨:

 그건 제가 그런 인간이기 때문입니다(웃음). 술도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술집은 점점 망해 간단 말이죠(웃음).

히로유키 씨:

 쇠퇴하는 장르가 좋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가 어쩌다 보니 쇠퇴하는 느낌인가요?

ZUN 씨:

 쇠퇴하고는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남아 있으니까요. 다른 장르의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면 100만 명에게 팔아야만 채산성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슈팅 같은 방식으로 만들면 1만 명에게만 팔면 채산성이 맞거든요.

 오히려 인터넷이 퍼져서 요즘엔 전 세계가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으니, 유저의 규모는 넓어지기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매니악한 장르라도 반드시 사람이 모이니까요.

 (제7회에서 계속)

 

진행자/히로유키(ひろゆき), 사이토 다이치(斉藤大地)

글/이토 세이노스케(伊藤誠之介)

카메라맨/후쿠오카 료지(GEKKO)) (福岡諒祠(GEKKO))

한국어 번역/Chlorine

타케모토 이즈미, 키쿠치 히데유키, 모로호시 다이지로, 후지와라 카무이, 교고쿠 나츠히코, 모리 히로시, 애거사 크리스티… ZUN 씨가 사랑한 작가들